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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는 서점을 찾는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고. 내 주의를 끄는 책이 사방에 깔려있으니까.

서점에는 예쁜 여자가 많다. 다른 장소에서 봤다면 그냥 평범했을 여자도 서점에서 보면 왠지 매력적으로 보인다. 단지 약속 시간이 남아서 시간을 때우거나, 탐나는 부록이 딸린 여성지를 사러 왔을지도 모르지만. 이유가 어떻든 서점에 머무르는 여자는 특별하다. 금요일 저녁에 책을 보고 있는 여자라면 더욱.

하얀 피부, 작은 얼굴과 어깨, 살집이 있지만 둔하지 않은 다리, 단정하지만 흔하지 않은 차림새, 앳돼 보이지만 진지한 표정. 책장 너머로 여자를 힐끗대는 내가 음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선을 거두진 않는다. 나는 사려던 책을 이미 손에 들고. 또 10분이면 읽는 IT 잡지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도 얼마간 자리를 뜨지 않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나는 계산을 하고 서점을 나왔다.

불금이란 말이 예사말이 되어버린 요즘, 금요일은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되고, 늦게까지 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이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해방감이란. 그러나 만날 사람이 없다면 평소보다 더 외로워진다. 혼자라고 해도 내일 늦잠 잘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다.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쨌거나 웬일로 혼자 있는 게 썩 나쁘지 않다. 저녁을 굶었지만 배도 안 고프고 정신도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