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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하루는 어린 왕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때 그 꽃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는 게 아니었어.

꽃의 말은 절대로 들으면 안 돼.

바라보며 향기만 맡아야 해. 내 별도 꽃의 향기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걸 즐길 수가 없었어.

나를 그토록 성가시게 했던 발톱 이야기도 측은한 마음으로 듣고

이해해 주었어야 했는데..."


그는 계속 말을 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내게 향기를 전해 주고 즐거움을 주었는데...,

그 꽃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허영심 뒤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을 보았어야 했는데...

아, 꽃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던거야."


(어린 왕자와 꽃이 헤어진다)

"잘 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느 다시 말했다.

"잘 지내."

그러자 꽃은 기침을 했다. 물론 감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침내 꽃이 대답했다.


"미안해. 나는 바보였어. 그리고 행복하길 바래."

어린 왕자는 꽃이 응석을 부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유리 덮개를 손에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네가 좋아!" 꽃이 말했다.

"그런데 너는 그 사실을 몰랐지. 그건 내 탓이야.

그렇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바보였어.

하지만 이제 그건 아무래도 좋아. 부디 행복해...

그 유리 덮개는 내려놔. 이젠 필요없어."


[어린왕자 중에서]